썩은 사과, 썩은 부분만 도려내면 먹을 수 있을까

겉만 멀쩡하다고 안심해선 안 되는 이유

사과 한 개에서 곰팡이가 피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썩은 부분만 도려내면 나머지는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곰팡이는 단순히 썩은 부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과육 속 깊숙이 퍼지는 ‘균사’와 거기서 생성되는 독소(곰팡이 독, mycotoxin)는 도려낸다고 해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게 파고든다

곰팡이는 식품 표면에 솜털처럼 피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무서운 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뿌리(균사)가 과일 내부로 침투한다는 점이다. 이 뿌리는 썩은 부위 주변 수 밀리미터에서 수 센티미터까지 퍼질 수 있다.

곰팡이 중 일부는 파툴린이라는 독소를 생성한다. 이 독소는 소화기 염증, 간 손상, 면역 저하, 어린이 성장 지연 등의 위험성을 가진다. 심지어 가열 조리로도 분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썩은 부분만 잘라 먹는 행동이 식중독, 독소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순 갈변과 곰팡이는 구분해야 한다

단, 모든 갈변과 무름이 곰팡이는 아니다. 실제로 사과는 껍질이 눌리거나 상온에 오래 두면 산화에 의해 갈색으로 변색되는 타박상이 생긴다. 이 경우 곰팡이와 달리 독소가 없기 때문에 냄새가 멀쩡하고, 곰팡이 솜털이 보이지 않으며, 과육이 너무 무르지 않고, 신맛이나 이상한 냄새가 없을 경우,

해당 부위를 넉넉히 2cm 이상 잘라내고 즉시 섭취하면 문제될 가능성은 낮다. 단, 이마저도 장시간 두면 곰팡이로 변질될 수 있으므로, 소비 시점이 중요하다.

과일 전문가와 식품안전 기관은 이렇게 말한다

FSIS(미국 식품안전검사청): “곰팡이가 보이는 부위가 있는 과일은 전량 폐기해야 한다. 곰팡이 독소는 내부로 퍼질 수 있으며, 잘라내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노르웨이 식품청: “썩은 사과는 겉면이 멀쩡해 보여도 곰팡이 독소가 깊이 퍼져 있을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을 가볍게 보지 마라.”

그렇다면 언제는 괜찮고, 언제는 위험한가

그렇다면 언제는 괜찮고, 언제는 위험한가? 단순히 껍질이 눌려 갈변된 타박상이라면, 냄새가 정상이면서 곰팡이 흔적이 없고 과육이 지나치게 무르지 않은 경우에 한해 넉넉히 2cm 이상 잘라내고 바로 섭취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곰팡이 특유의 솜털이 보이거나, 과육 전체가 물러지거나 끈적거리는 느낌이 있고, 냄새에서 신맛이나 발효된 향이 난다면 이미 내부까지 미생물이 퍼졌을 가능성이 높아 전량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시각·촉각·후각을 모두 동원해 판단해야 한다.